고양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아람 로열 클래식’ 세 번째 공연인 ‘르노 카퓌송 & 스위스 로잔 챔버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9월 1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렸다.
이번 연주회는 르노 카퓌송이 이끄는 스위스 로잔 챔버 오케스트라의 섬세하면서도 정교하고 화려한 연주를 감상하는 좋은 기회였다. 베토벤의 ‘로망스’ 제1번과 2번, ‘삼중 협주곡 다장조, Op.57’,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M.68a’, 프로코피에프의 ‘교향곡 제1번 라장조, Op.25’가 연주됐다. 특히,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은 피아노곡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선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은 따듯하며 깊이 있는 음색과 뛰어난 기교를 갖춘 독주자, 협연자, 실내악 연주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연주자로 왕성하게 활동할 뿐만 아니라 그슈타드 음악축제, 에비앙 음악축제 등 널리 알려진 페스티벌 예술감독까지 맡으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휘자로서 2021/2022시즌부터 로잔 챔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은 대구, 천안, 통영, 고양을 거쳐 서울 예술의 전당(9월 3일)까지 5개 지역에서 펼쳐진다.
르노 카퓌송은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망스 제1번’과 ‘로망스 제2번’의 연주에서 협연자로 직접 바이올린을 켜며 지휘를 하는 1인 2역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연주회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 ‘삼중 협주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이진상, 떠오르는 신예 첼리스트 한재민,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의 풍부한 표현과 완벽한 호흡이 돋보였다.
베테랑 연주자들 사이에서 18세 한재민은 전혀 기죽지 않고 훌륭한 연주를 들려줬다. 한재민은 2021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쿨, 제네바 국제 콩쿨에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22년 윤이상 국제 콩쿨 결선에서 윤이상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 우승, ‘수퍼 루키’로 전 세계 음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검은색 연주복 밑으로 보이는 빨간색 양말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데, 젊은 연주자의 자유스러움과 열정을 나타낸다.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은 관악기 연주자들의 빼어난 실력과 세밀한 음악적 표현이 돋보였다. 프로코피에프의 ‘교향곡 제1번, 고전적’은 고전주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약 40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챔버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음량과 화려한 테크닉은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깊은 울림과 감동을 안겼다.
이런 완성도 높은 연주회에 객석이 많이 비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첫 내한 공연이라 로잔 챔버 오케스트라의 지명도가 높지 않은 이유와 함께, 관람료가 비쌌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물론, 예술의 전당에서 9월 3일 열리는 연주회 티켓보다는 많이 저렴하나, 10만 원을 호가하는 연주회 표를 선뜻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
고양문화재단은 ‘아람 로열 클래식’ 4번 공연을 다 관람할 수 있는 패키지(R석, S석) 티켓을 25% 할인해 판매했다. 이 패키지 티켓의 할인율을 높여 기본적으로 좌석을 채울 청중 수를 늘려야 하고, 예매율이 저조하면 연주회 당일 3~4시간 전 티켓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 유료 청중을 동원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예술의 전당은 당일 할인 티켓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제도는 문화누리카드 소지자로 7~24세, 69세 이상을 대상으로 공연 당일 한정된 좌석에 한해 특별할인가로 판매하는 공익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