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의 공과를 넘어 이어지는 홍난파의 선율… “문화예술까지 정쟁의 희생양 돼선 안 돼”
창단 61주년을 맞이한 ‘난파 OB합창단'(지휘자 정해룡, 단장 이수영)이 10월 17일 오후 3시 수원 팔달산 중턱 난파노래비 앞에서 제6회 ‘노래비공연’을 열었다.
박계선 사회자의 진행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작곡가 홍난파의 작품 ‘장안사’, ‘금강에 살으리랐다’의 익숙한 선율과 함께 가을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팔달산을 찾은 많은 시민의 발길을 모았다.
음악회에 감동한 시민들 일각에서는 근대 음악가 홍난파를 둘러싼 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그가 남긴 음악적 유산과 문화예술의 전통은 지속해서 보존·계승해야 한다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근대음악 개척한 홍난파의 음악적 발자취
홍난파는 일제강점기 ‘봉선화’·’고향의 봄’·’퐁당퐁당’ 등 오늘날까지 널리 불리는 가곡과 동요를 남긴 한국 근대음악의 대표적 작곡가다.
홍난파의 본명은 홍영후로 1898년 태어나 1941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작곡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지휘·음악평론·문필·잡지 편집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한국 근대 서양음악의 형성과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
홍난파가 남긴 대표곡 가운데 ‘봉선화’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슬픔과 시대적 정서를 상징하는 노래로 오랫동안 불려왔다. ‘봉선화’는 1920년 발표한 기악곡 ‘애수’에 김형준이 노랫말을 붙여 완성한 가곡이다. 이 노래는 일제의 억압 속에서 민족의 한과 희망을 담은 노래로 대중에게 퍼지며 한국 근대 가곡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어린이를 위한 동요 창작에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원수가 노랫말을 쓰고 홍난파가 곡을 붙인 ‘고향의 봄’은 복숭아꽃·살구꽃·진달래가 피는 고향 풍경과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
윤석중이 노랫말을 쓴 ‘퐁당퐁당’·’낮에 나온 반달’ 등도 홍난파의 대표적인 동요로 꼽힌다. 홍난파는 1929년 ‘조선동요백곡집’을 펴내며 우리나라 근대 동요의 발전과 보급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수원 팔달산에 깃든 선율과 난파 OB합창단
수원 팔달산에는 이러한 음악적 업적을 기리는 홍난파 노래비가 자리하고 있다. 노래비는 1968년 세워졌으며 ‘고향의 봄’ 악보가 새겨져 있다. 지역 음악인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음악회를 열며 홍난파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들려주는 문화 활동을 이어왔다.
난파 OB합창단도 홍난파 노래비를 중심으로 음악회를 개최하며 ‘퐁당퐁당’을 비롯한 동요와 ‘봄처녀’ 등 가곡을 시민들에게 선보여 왔다. 팔달산 자락에서 울려 퍼지는 합창은 한 작곡가가 남긴 음악이 한 세기를 넘어 시민의 일상과 지역 문화 속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친일 논란과 예술적 가치, 문화계의 고뇌와 경계
그러나 홍난파를 둘러싼 평가는 그의 음악적 업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홍난파는 일제강점기 말 친일 행적 문제로 논란의 대상이 됐으며 이를 둘러싼 역사적 평가도 이어져 왔다. 지역사회에서는 노래비를 비롯한 기념물의 존치와 친일 행적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를 놓고 오랜 기간 논쟁이 있었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이러한 역사적 과오를 외면하거나 지워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순수 동요로 민족혼을 일깨운 홍난파 같은 순수 음악인들이 당시 일제에 끌려다니느니 이끌고 가려 했던 항거의 몸짓마저 외면당하고 그가 남긴 모든 예술작품과 후대의 문화 활동까지 정치적 잣대로 부정당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 공과를 함께 기록하고 당시의 시대 상황과 개인의 행적, 문화적 성취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예술인들은 특히 역사적 논쟁이 정치적 편 가르기와 결합하면서 오랜 기간 이어온 음악제와 지역 문화행사까지 위축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지역 예술인들은 특정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이유로 공연과 음악제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문화예술 활동 자체를 중단시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역사적 과오는 정확히 기록하되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시민이 향유해 온 문화유산까지 함께 지우는 방식은 또 다른 문화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명암 함께 기록하며 균형 잡힌 문화적 시선 가져야
예술은 한 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분리돼 존재하기 어렵다. 예술가 역시 자신이 살아간 시대의 한계와 모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후대의 역할은 잘못을 감추는 것도, 공헌을 송두리째 지우는 것도 아니라 사실을 정확히 기록하고 그 명암을 함께 바라보는 데 있다.
홍난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에 따라 평가하고 기록해야 하지만, ‘봉선화’·’고향의 봄’·’퐁당퐁당’ 등 오랜 세월 국민이 함께 불러온 음악의 역사적·문화적 의미까지 부정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한 예술가를 무조건 찬양하거나 반대로 모든 흔적을 지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못은 잘못대로 기록하고 예술적 성취는 성취대로 평가하는 것이 역사와 문화를 대하는 성숙한 태도라는 것이다.
음악회 역시 홍난파 개인을 일방적으로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그의 삶과 시대의 명암을 함께 돌아보고 우리 근대음악의 역사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난파의 선율은 이미 한 사람의 생애를 넘어 여러 세대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어린 시절 불렀던 ‘고향의 봄’과 ‘퐁당퐁당’, 나라를 빼앗긴 시대의 설움을 떠올리게 하는 ‘봉선화’는 오늘날에도 학교·공연장·지역 음악회에서 다시 불리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시대의 과오를 기억하는 일과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 서로 충돌하는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역사의 밝음과 어둠을 모두 기록하면서 그 속에서 탄생한 예술을 다음 세대가 스스로 판단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이 문화의 역할이라는 시각이다.
시대를 건너온 선율을 지키는 일은 한 음악가를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근대문화의 역사를 온전히 기록하는 일이기도 하다. 역사적 과오는 숨기지 않되 예술마저 정치적 편 가르기의 희생양으로 만들지 않는 균형 잡힌 문화적 시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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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볼드체는 동영상 제공)
제1부 난파OB합창단
- 장안사. 금강에 살어리랏다(홍난파)
- 얼굴 (신귀복)
-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박춘석)
- La Novia( J.Prieto)
제2부 특별출연
- 성악……Soprano 박소영, 반주 차경희
- 기악(색소폰)….Saxophonist 이영희
- 가을편지(김민기)
- 어떤이의 꿈(김종진)
- 그리운 금강산 (앵콜곡)
- 국악……이화우리춤무용단
- 부채춤
제3부 난파OB합창단
- 바램(김종환)
- 푸니쿨리 푸니쿨라-나폴리 민요(Luigi Denza)
- 극 중 Solo 소프라노 박소영
- 앵콜송_동그라미(윤연선)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최가희)
- 강원도 아리랑(신동민)
- 아름다운 나라(한태수)
♣ 단원모집 010-8776-4345 / 010-7339-2266 (팔달문시장내 연습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