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일기(2)] 체코 프라하 중앙광장의 ‘천문시계’

프라하 중앙광장에 있는 천문시계(오를로이)는 1410년에 제작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작동하는 천문시계로, 다양한 천문학적 정보와 움직이는 조각들이 특징이다. 시계는 해와 달의 위치, 12사도의 행진, 농경 생활을 나타내는 장면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 시 정각마다 짧은 퍼포먼스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퍼포먼스에는 해골, 예수의 제자들, 황금 수탉 등의 조형물이 등장해 죽음과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최근에는 퍼포먼스 후 추가로 나팔 연주가 더해져 관광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다. 10월 13일부터 21일까지 다녀온 동유럽 여행기를 싣습니다.

[동유럽 여행일기(1)] 체코 체스키크룸로프

종교개혁을 주장하다 화형당한 얀 후스 동상. 사진=우성윤
성 리콜라스 성당. 사진=우성윤
구 시청사의 천문시계. 사진=우성윤

천문시계, 프라하 중앙광장 구 시청사 벽에 걸려 있다. 체코어로 프라시스키 오를로이(Orloj)다. 오를로이는 작동하고 있는 천문시계 중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1410년 시계공 미쿨라시(Mikulas of Kadan)와 훗날 카를대학 수학교수가 된 얀 신델(Jan Sindel)이 공동으로 제작했다. 1490년 달력이 추가 제작되고 외관이 조각으로 장식됐다.

1552년 시계 장인 얀 타보르스키(Jan Taborsky)가 시계를 수리한 이후에도 여러 번 작동을 멈추었고 그때마다 수리가 뒤따랐다. 17세기에 움직이는 조각상을 덧붙이고, 1865년과 1866년에는 복구 작업 끝에 사도들의 형상을 추가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말, 전쟁의 영향으로 일부가 파손되면서 다시 작동을 멈추었으나 이후 보수를 거듭한 끝에 1948년에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프라하의 명물로 손꼽히면서 많은 관광객이 시계를 보기 위해 찾아온다.

시계 장치는 세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천문 눈금판으로, 하늘의 해와 달의 위치와 다양한 천문학적 정보들을 표시한다. 두 번째는 ‘사도들의 행진’으로, 시간마다 12사도의 모형과 죽음을 형상화 한 해골 모형 등 여러 움직이는 조각품들이 나타난다. 세 번째는 달력 눈금판이다.

시계는 상하 2개의 큰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쪽 시계를 칼렌다륨, 아래쪽을 플라네타륨이라고 부른다. 칼렌다륨은 천동설의 원리에 따른 해와 달과 천체의 움직임을 묘사했다. 일반적으로 1년에 한 바퀴씩 돌면서 연, 월, 일, 시간을 나타낸다. 아래쪽 원은 12개의 계절별 장면들을 묘사하여 제작 당시 보헤미아의 농경생활을 보여준다. 매 시 정각이 되면 칼렌다륨 오른쪽의 해골 모형이 움직이면서 12사도들이 2개의 창을 통해 천천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어 시계 위쪽의 황금색 닭이 나와 울면서 시간을 나타내는 벨이 울린다.

천문시계 아래 시계판. 사진 및 편집=우성윤

아래 시계판의 포인트는 바로 그림이다. 시계바늘 없이 그림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앙의 탑 세 개가 있는 기호는 프라하시 상징 마크다. 그 도시 마크 주변의 열두 개 작은 원은 황도 12궁이고, 그 위의 큰 그림은 농경의 단계를 나타낸다. 씨 뿌리고, 타작하고, 추수하는 등의 체코 농경사회를 월별로 나타내고 있다. 지금도 맞게 움직인다는 이 시계 판은, 12시 방향의 금색 침은 고정이 된 채, 그림판이 일 년에 한 바퀴 씩, 하루에 조금씩 회전하고 있다. 침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 이번 달의 별자리이며, 이번 달에 체코의 농민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있다.

위 시계판. 사진 및 편집=우성윤

위 시계판은 모두 기호로 구성되어 있다. 지식인, 귀족, 왕들이 보던 시계인데, 천동설과 지동설의 원리에 따른 해와 달의 움직임을 표현했다고 한다. 바탕 테두리가 로마 숫자로 구성되고 12시간이 아닌 24시간으로 시침과 분침이 회전하고 있다. 가운데 판의 테두리는 황도 12궁이 기호로 표현되어 있다. 시계 판 바탕에는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등의 색깔이 있는데 색의 굵기와 길이로 밤낮의 길이를 나타내고 있다.

시계 판은 지구상에서 본 하늘을 나타낸다. 중앙의 푸른 원은 지구를, 그 위의 푸른 부분은 지평선 위의 하늘을, 그 아래의 붉고 검은 부분은 지평선 아래의 하늘을 나타낸다. 이 바탕 위에 태양과 달이 움직이는데, 낮에는 태양의 모양이 푸른 부분에 있다가 밤에는 검은 부분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지평선의 동쪽(다이얼의 왼쪽) 부분에는 ‘AURORA'(라틴어로 새벽), ‘ORTUS'(일출)이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다. 지평선의 서쪽 부분에는 ‘OCCASUS'(일몰), ‘CREPUSCULUM'(황혼)이란 문구가 씌어져 있다. 푸른 부분을 나누고 있는 황금색의 호들은 해가 떠 있는 시간을 12등분한 것을 나타낸다. 현재의 시간은 황금의 손이 가리키는 로마 알파벳을 보면 된다. 로마 알파벳의 바깥에 있는 숫자들은 옛 체코 시간을 나타낸다.

천문시계 구성품들. 사진 및 편집=우성윤

천문시계는 정각이 되면 소리가 나며 쇼가 시작된다. 먼저, 위 시계 판의 우측의 해골이 종을 당기고, 들고 있는 호롱불을 기울여진 상태에서 수평으로 세우며, 안에 촛불이 있다는 가정을 한다면 촛불이 꺼지게 된다. 해골은 죽음을 의미한다. 해골이 종을 치는 행위는 죽음이 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그 옆의 기타 치는 인형, 왼쪽의 지팡이 짚은 인형과 거울 보는 인형이 같이 고갯짓을 하는데, 이는 탐욕, 욕심, 증오 등을 가진 인간들을 의미한다.

또한 인형들의 고갯짓은 죽음의 순간에 급해진 인간들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위에 있는 두 창문이 열리는데 예수의 열 두 제자가 돌아가면서 아래를 내려보며, 죽음을 맞는 인간들을 조용하게 지켜본다. 이러한 퍼포먼스의 마지막에는 황금 수탉이 우는데, 수탉이 울면 새벽이 오며, 이것은 삶이 온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매 시간 수백 명이 모이는데 퍼포먼스는 15초 정도로 짧게 진행되어 관광객들이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최근에는 너무 짧다는 여론을 의식해 기사 복장을 한 사람들이 황금 수탉의 울음이 그침과 동시에 시계탑 정상에서 약 40초간 나팔로 곡을 연주한다. 그래도 이 모든 과정이 1분 안에 끝난다. [계속]

구 시가지 주변 지도
우성윤 기자
우성윤 기자
현재 고양시니어신문 기자, 숲해설가와 문화해설가(궁궐해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은행에서 30년 근무 했고, 전쟁기념관 도슨트, 성남문화해설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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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엄청모여 관광하는 모습을 보고 왔는데~ 그렇게 오래되고 많은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추억도 새롭고 많은 지식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 기다린 시간. 대비 작동 시간이 짧아 아쉬웠지만 좋은 추억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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