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문화원 전경. 박물관, 미술관, 조각공원, 종교전시관, 벽화, 연구소 등이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양로 285번길 33-15(고양동) 소재. 사진=우성윤

고양 중남미문화원&박물관은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30여년 외교관 생활을 했던 이복형 원장이 1994년 설립했다. 외교관 생활 당시 뿐만 아니라 은퇴 후까지 40여년에 걸쳐 수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중남미 고대 유물부터 식민기 근·현대 미술,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는 아시아 유일 중남미 테마 문화공간이다.

박물관(1994), 미술관(1997), 조각공원(2001), 종교전시관, 벽화, 연구소(2011)가 차례차례 조성됐다. 학회, 외교단, 기업과 교육기관 등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모임 장소로써 복합문화공간으로 육성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중남미는 세계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지역이다. 우리나라와는 교역, 투자 협력 대상국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10만 명 넘는 우리 국민들이 정착해 있다. 100여년 전 유카탄 반도와 쿠바까지 꿈을 찾아 떠난 이민자들의 후손이 살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가난하고 국력이 약하던 시절, 국제정치 무대에서 고국을 도왔다.

중남미 국가 원주민들은 아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이 육지로 연결돼 있던 약 4만여년 전 빙하시대에 베링해협을 통해 아시아에서 이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잉카(Inca)문명, 아즈테카(Izteca)문명, 마야(Maya)문명 등 세계 인류문화에 찬란한 꽃을 피웠고, 후손들에 의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아름다운 중남미 여인상이 미술관 앞 마당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우성윤.

박물관

중앙홀에 들어서면 스페인 양식의 돌로 만들어진 분수대를 볼 수 있다. 잔잔한 라틴 음악과 어울려 넓은 홀 안에 중남미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사면의 벽에는 성화와 성물들, 그리고 조각품들이 있고, 150년 된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이 피아노는 문화원에서 특별 행사로 열리는 음악회 때마다 그 아름다운 음색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박물관 중앙홀 천장에는 나무로 조각한 금빛 태양상이 있다. 중남미인들에게 태양은 가장 주된 신봉의 대상이다. 주변으로는 창이 있어 중앙홀 내부에 자연 채광이 이뤄질 수 있게 설계됐다.

제3전시관 가면들. 사진=우성윤
사진=우성윤

미술관. 1·2·3·4전시관

B.C. 3000년경 멕시코와 페루 고원지대에 정착한 인디오들은 가마솥에서 구운 토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A.D. 300~900년경 마야(Maya), 페루 사막지대에 모치까(Mochica) 문화, 그 절정에 아즈떼까(Azteca)와 잉카(Inca)가 단연 주목할 만한 발전상을 보였다.

제1전시관에는 주로 멕시코-중미 일대의 생활용기 및 종교의식 장식품으로 사용됐던 토기들이 전시돼 있다. 마야 토기와 함께 코스타리카, 파나마 일대의 쪼로떼가 토기, 니꼬야 반도· 베라끄루스 지방의 올메까와 꼴리마 토기 등이 진열되고 있다.

제2전시관에는 남미 북단 아마존 지역에서 카누를 이용하여 현재의 도미니카 공화국 일대로 이주, 문화를 번성시켰던 따이노족의 유물이 있다. 의례용 나무 의자, 두오와 돌 조각 쎄미, 메따떼를 비롯하여 도끼, 방망이 등과 특히 멕시코의 께짤꼬아뜰 석조물이 전시되어 있다.

제3전시관에는 멕시코 원주민들의 상징적인 가면들이 전시되어 있다. 멕시코인들은 가면을 새로운 영혼과의 교류 혹은 현실 탈피의 수단으로 표현해 왔다.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즈(Octavio Paz)는 “우리는 생존하는 한 각자의 이름과 가면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항상 이들과 공존하며, 결국 가면이 곧 우리의 진정한 모습임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다양한 색채의 가면들은 축제, 카니발, 종교의식 등에 사용되었으며 성서 속 인물, 천사, 쌍가면, 각종 동물과 곤충, 악마 등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제4전시관은 식민기 이후 생활용품을 전시하고 있다. 구리는 멕시코와 페루, 칠레, 볼리비아 등 광산 지대가 많은 안데스 지방에서 생산된다. 특히 각종 식기, 장식품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농장의 목동들이 사용하는 마구, 가축 소유주 머릿글자를 새긴 대형 철제 인두,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중남미 문학을 상징하는 수타자기, 선진 자본의 착취를 상징하는 멍에와 카리브해 청새치를 비롯하여 원두 분쇄기, 다리미, 거리의 구두닦이 통 등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의 상설 전시

깐디도 비도 (Candido Bido 1936~2011)는 프랑스에서 전시회를 가진 최초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화가다. 전시된 작품에서 맹렬한 노란색, 청록빛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태양이 불타는 것 같은 주황색 등 화려한 색채를 느낄 수 있다.

프란시스코 수니가 (Francisco Zuñiga 1912~1998, 멕시코)를 브리태니커 사전은 정치적으로 모던한 스타일을 구사하는 가장 위대한 조각가로 묘사한다. 그는 스페인 정복 이전 시기의 예술에 강한 영향을 받았는데, 인디오 여인을 모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곤 했다. 토착 문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아름다움과 인간 실존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면서 여성의 크기, 비례, 맥락을 과장한다.

마리아 가요 (Maria Gallo 1945~2020, 니카라과)는 사회와 정치 참여적인 성향을 지닌 작가로 다양한 회화와 저서를 남겼다. 그는 레온에 위치한 할머니 집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이때의 경험을 통해 가족, 여성, 아이들, 꽃과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피부색인 녹색, 푸른색 등을 혼합한 색을 섞어 사용했기 때문이다.

넬슨 도밍게스 (Nelson Dominguez 1947~, 쿠바)는 반응을 기대하는 화학자와 같이 끊임없이 재료를 탐구했다. [붉은 독수리 가면], [식민기 시리즈]에서 원초적이고 심지어 원시적이기까지 한 뚜렷한 인상을 마주한다. 형이상학적이고 신화적인 관점을 통해 작가는 모든 것으로부터 분리된 심연을 넘어서 그 이상의 것을 시도한다.

리까르도 다빌라 (Ricardo Davilla 1952~, 에콰도르)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색채를 활용하여 거대한 캔버스 회화를 제작한다. 피카소에 많은 영향을 받은 그는 키토 근처에 위치한 작업실 주위의 무성한 산림지대를 아침마다 산책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안데스의 요정’, ‘찬란과 풍요’에서 자연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그는 유채물감과 잘 흡착하는 성질을 가진 삼베를 즐겨 사용함으로써 물감의 고유한 색을 표현하곤 한다.

전통의상 직물전시실
인류 고대 문명 중 가장 오래 전 싹 틔운 문명으로 실을 짜서 천을 만드는 방직과 편직 과정을 거친 옷의 제조와 사용이 있다. 아시아에서 베링해협을 거쳐 기원전 9000년 경 오늘날 미주대륙 남단까지 정착한 선주민들도 약 2000년 전부터 동물털이나 거친 야생섬유를 이용해 실을 뽑고 천을 짜서 추위와 외적으로부터 보호하는 실용적인 일상 의류를 만들었다.

또한 종교적 의식을 위한 장신용, 소속 공동체에서의 신분 구별용으로 주변 환경을 이용한 화훼류, 천문학, 기하학적 디자인의 화려하고 신비스런 독특한 천과 직물, 의상을 발전시켰다. 그러면서 16세기 서구 식민기와 19세기 독립 후 그리고 근현대를 거친 변화 속에서도 오늘날까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고 있다. 멕시코, 과테말라 등 중미 일원의 나와뜰(Nahuatl)과 마야 민족의 직물의 신 익스첼,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칠레 등 안데스 일원의 께추아(Quechua)족인 빠라까스, 찬카이(Chancay), 나즈카(Nazca), 아이마라(Aymara) 등 잉카로 이어진 전통 의상과 직물은 소중한 세계 문화유산이다.

성당. 사진=우성윤
조각공원 입구 아치. 사진=우성윤.
벽화. 사진=우성윤.

관람안내 및 관람료
매주 월요일 및 설과 추석은 휴관. 관람 시간은 하절기(4-10월) 오전 10시 부터 오후 6시, 동절기(11-3월) 오전 10시 부터 오후 5시.
관람료 성인기준 8000원, 우대(경로, 장애인, 국가유공자, 고양시민) 6400원.

찾아가는 방법
대중교통은 지하철 3호선 삼송역 하차 (6번 출구) → 마을 버스 033, 053 또는 통일로 방면에서 774, 790, 333 승차 →고양동 시장 하차 → 도보 10분 → 도착. 전화는 031-962-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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