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정동극장의 대표 레퍼토리인 판소리 뮤지컬 ‘적벽’이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덕양구 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공연됐다.
‘적벽’은 2017년 초연 이후 관객들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매년 발전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아 3월 13일 국립정동극장에서 서울 공연을 시작해 4월 20일 막을 내렸다.
‘적벽’은 한·오나라 연합군과 위나라 사이에 벌어진 적벽대전을 소재로, 강렬한 판소리 합창과 역동적인 안무를 선보이는 판소리 뮤지컬이다. 현재 전해지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적벽가’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서사는 같지만 전혀 다른 음악적 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
‘적벽가’가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와 함께 무대를 이끌어가는 것과 달리, ‘적벽’은 여러 소리꾼이 배역을 나눠 공연을 진행한다. 대부분의 넘버가 판소리 합창으로 구성돼 배우들 모두가 소리를 하고 춤을 춘다. 배우들은 창과 아니리를 통해 상황을 전개하고 현대무용을 결합한 군무를 선보이며 관객을 극에 몰입시켰다.
국악기와 양악기를 다양하게 사용해 현대적 감각을 살린 음악은 관객들의 판소리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 배우들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판소리 합창은 새로운 소리의 향연을 이뤘다.
‘적벽’은 성별 구분 없이 배역을 정하는 젠더프리 캐스팅을 통해 조조, 유비, 제갈공명, 조자룡 등 주요 배역을 여성 소리꾼에게 맡겼다. 특히 제갈공명 역의 임지수, 조자룡 역의 김하연은 초연부터 지금까지 같은 역할로 무대에 함께하고 있다.
매우 단순한 백색 무대는 조명과 영상을 더욱 선명하고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적벽대전 장면에서 조조의 함선이 불타는 모습을 표현한 영상은 무대를 실제로 불태우는 듯한 사실감을 전달했다. 구조물의 높낮이를 활용해 다양한 동선과 움직임을 연출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거의 유일한 소품인 부채는 공간의 한계를 확장하고, 적벽대전 서사를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투 장면에서는 부채의 색상으로 나라를 구분했으며, 흰색은 한나라를, 붉은색은 위나라를 상징했다.
‘적벽’은 무대 뒤편에 연주자 공간을 마련해 연주자들이 배우처럼 무대에 함께 참여하도록 구성했다. 일반적인 뮤지컬 무대가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를 배치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판소리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전통 콘텐츠 확장을 이끈 ‘적벽’은 참신함으로 관객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어울림극장의 음향 상태가 좋지 않아 배우들이 합창할 때 가사를 명확히 알아듣기 어려웠다. 객석 한쪽에 대사가 표기된 모니터가 있었지만, 일부 관객만 이용할 수 있었고 극에 몰입한 채 모니터를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