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을 교육과 언어문화 연구에 헌신해 온 조국래 교육학 박사(과천시니어신문 기자)가 최근 신간 ‘열쇳말백과(Keyword Encyclopedia, 미사봉출판사)’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30여 년간 운영해 온 웹사이트 ‘미사봉(미래사회봉사단), misabong.com‘에 축적된 5만여 편의 방대한 자료를 핵심 열쇳말(키워드) 중심으로 엮어낸 인문 교양서다.
‘열쇳말백과’는 단순한 단어 사전이 아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결혼·사랑·인생·행복 등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갈림길에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인생의 나침반을 제공하고자 했다. 책에는 리더가 갖춰야 할 ‘리더화법 33전략’을 비롯해 인간관계 회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자녀와의 대화법 등 실용적인 지혜가 담겨 있다.
이번 신간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공동 집필’이다. 저자의 손자, 손녀인 조수아, 조민준, 조수빈, 조하준, 조윤서 등 5명의 공동저자(co-author)가 참여했다. 이들은 친구, 사랑, 공부, 연애, 결혼 등 자신의 관심 어휘를 골라 신세대다운 시각과 고민을 보탰다. 저자는 이를 통해 “매우 작은 기여일지라도 손주들의 글을 보며 개인의 특성과 소질, 미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저자인 조국래 박사는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4년 영등포고등학교 졸업을 시작으로 교육계에 투신한 그는 서울 구로중학교 교감, 교육부 국제교육진흥원 장학사, 서울 동부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장학관을 거쳐 서울 강남여자중학교(현 강현중)와 문창중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2007년에는 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조 박사는 퇴임 후에도 한성대학교와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출강했으며, KBS1 TV 아침마당, SBS TV 등 주요 방송에 출연해 ‘살리는 말 죽이는 말’, ‘현대판 요술 방망이’ 등의 주제로 대중과 소통해 왔다. 현재는 기업체와 관공서, 학교 등에서 리더십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아버지 학교’, ‘교감 교장 자격연수’ 등을 이끌고 있다.
민현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열쇳말백과’를 두고 “무엇을 쓰거나 말할 때 깊은 감동과 논리적 설득을 고민하는 현대인을 위해 마련된 표현 백과사전이자 문장 박물관”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이 책이 조국래 박사가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이 되게 하자”는 신념으로 2000년부터 운영해 온 ‘미사봉’ 사이트의 방대한 자료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며, 예화·명언·고사성어 등을 총망라하여 국민 언어생활 개선에 기여해 온 저자의 평생 과업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민 교수는 “검색보다 사색이 앞서야 한다”며, AI 시대일수록 키워드를 통해 먼저 고민하고 내용을 구상하는 훈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 책은 인간관계와 성공의 핵심인 언어와 태도의 품격을 높여주는 필독서”라며, “자녀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부터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가정과 사회에서 감동과 설득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곁에 두어야 할 ‘가정상비약’과 같은 책”이라고 추천했다.
미사봉출판사 관계자는 “이 책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며, “성공·가난·인내·죽음 등 인생의 무게가 담긴 주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곁에 두고 평생 읽을 수 있는 ‘가정보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가는 7만8000원.
[심층 인터뷰] 교육학 박사 조국래, ‘말의 힘’을 집대성하다
“말은 인생을 경영하는 씨앗… 30년 ‘미사봉’의 지혜, 3대(代)가 함께 엮었죠”
조국래 박사는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은 단순한 옛말이 아니라 과학이자 진리”라며, “우리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삶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번 신간은 저자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라, 손자·손녀 5명이 함께 참여하여 세대 간의 소통과 공감을 담아낸 ‘가정보감(家庭寶鑑)’”이라고 역설했다.
조국래 박사는 지난 27일 신간 ‘열쇳말백과’ 출간을 기념해 서울 서초구 미사봉출판사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의 40년 교육 철학인 ‘인간관계 회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조국래 박사와의 일문일답.
Q. 평생을 ‘말과 글’ 연구에 천착해 왔다. 그 시작점은 어디인가?
A. 중학교 1학년이던 1958년이었다. 경북 영양중학교 도서실에서 우연히 ‘채근담(菜根譚)’이라는 책을 접했다. 책 내용에 매료되어 밤이 깊도록 읽다가 도서실에 갇혀 밤을 꼬박 새웠고, 다음 날 사서 선생님께 들켜 일주일간 반성문을 써야 했다. 하지만 그날 밤 읽었던 “글을 읽되 깨닫지 못하면 글의 노예일 뿐이고, 베풀지 않는 백 년 인생은 하루살이만 못하다”는 문장이 내 인생의 뿌리가 되어 깊이 각인되었다.
Q. 30년 가까이 운영 중인 웹사이트 ‘미사봉’은 어떻게 탄생했나?
A. 2000년 서울 강남여자중학교(현 강현중)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를 가장 우선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매주 애국조회나 훈화 시간이 반복되는데, 이 짧은 시간이 학생들에게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이 되도록 마음속 깊이 새길 수 있는 말을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만든 공간이 ‘미래사회봉사단’의 줄임말인 ‘미사봉(misabong.com)’이다.
Q. ‘미사봉’에는 어떤 자료들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나?
A. 명언, 속담, 일화, 고사, 연설, 훈화, 예화 등 말과 글에 관련된 자료들이 망라되어 있다. 오라클 프로그램으로 직접 제작하여 30년 가까이 운영해 왔으며, 현재 5만여 편의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 개통 초기부터 언론과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고, 방문자 수가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사랑받았다. 지금도 주례사, 수험생 격려사, 각종 인사말을 준비하는 리더들에게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Q. 신간 제목을 ‘열쇳말백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수많은 문제와 갈림길에 봉착한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문제 해결의 열쇠인 ‘키워드(열쇳말)’다. 막연한 이론서가 아니라, 성공하고 싶으면 ‘성공·가난·인내’를 찾아보고, 정치를 꿈꾸는 사람은 ‘정치·민주주의’를 찾아보면 답이 나오도록 구성했다. 국어사전처럼 가나다순으로 나열하여, 삶의 현장에서 필요한 지혜를 즉시 꺼내 쓸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Q. 집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A. 2005년 정년퇴직을 2년 앞둔 60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퇴직 후 10년간 준비해 온 작업이다. 중앙대 이주행 교수님과 서울대 민현식 교수님의 각별한 자문을 받아 원고를 다듬었다. 컴퓨터 키스킨(자판 덮개)이 닳아 구멍이 숭숭 뚫릴 정도로 밤샘 작업을 하며 집필했다. 이 책이 나의 마지막 소망이자 삶의 기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눌러 담았다.
Q. 이번 책에 손자, 손녀들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는 점이 매우 이채롭다.
A. 그렇다. Minnesota Statistical Science를 전공한 조수아를 비롯해 조민준, 조수빈, 조하준, 조윤서 등 다섯 명의 손주가 공동저자(co-author)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들에게 ‘친구’, ‘사랑’, ‘공부’, ‘연애’, ‘결혼’ 등 자신의 관심 어휘를 골라 생각을 적어보게 했다. 할아버지의 연륜과 손주들의 순수한 시각이 어우러져 ‘열쇳말백과’가 더욱 풍성해졌다.
Q. 손주들을 참여시킨 교육적 의도가 궁금하다.
A. 아이들이 글을 쓰면서 자신의 특성과 소질, 그리고 미래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다. 비록 작은 기여일지라도 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고 격려하고 싶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공동저자 타이틀을 부여하고, 각 손주들의 이름으로 된 별도의 표지로 10권씩 책을 선물했다.
Q. 평소 ‘리더십’과 ‘소통’ 강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A. ‘인간관계 회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내 강의의 핵심 주제다. 퇴직 후에도 10여 년간 전국 교장·교감 자격연수, 아버지학교, 기업체 등에서 강의를 이어왔다. 리더십은 결국 말에서 나온다. ‘리더화법 33전략’, ‘나도 리더가 될 수 있다’, ‘살리는 말 죽이는 말’ 등의 주제로, 말이 바뀌면 인생이 바뀌고 조직이 살아난다는 사실을 전파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접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좋은 말은 아침 이슬과 같다. 먼저 불타지 않으면 남을 불태울 수 없듯, 내 언어가 정화되어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고운 모래를 얻기 위해 고운 체가 필요하듯이,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의 언어 생활을 거르는 고운 체가 되었으면 한다. 부디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삶의 기둥이 흔들릴 때마다 수시로 꺼내 보며, 각자의 인생에서 ‘좋은 말’이라는 씨앗을 틔우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