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최고(最古) 아마추어 합창단 ‘난파OB합창단’ 정해룡 지휘자

난파OB합창단 공연기록,
자료제공=공연사무국

1965년에 창단된 ‘난파합창단’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마추어 합창단으로, 당시 수원은 물론 경기 지역의 합창 문화를 선도하며 수원을 ‘음악의 도시’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난파합창단의 찬란한 여정은 국내 최고 수준의 ‘수원시립합창단’ 창단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한국 합창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수원을 중심으로 활발한 합창 활동을 이어온 난파합창단은 2015년 창단 50주년 기념행사를 끝으로 반세기의 아름다운 전통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자 했다.

이후 2016년, 당시 창립을 이끌었던 주역들과 수십 년간 함께해 온 원로 단원들이 다시 뜻을 모아 ‘난파OB합창단’을 새롭게 창단했다. 이들은 선배 세대의 숭고한 정신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며, 합창을 통한 지역문화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45년간 난파합창단과 함께한 정해룡지휘자,   사진=공연사무국 제공
합창으로 여는 가을의 문을 연 광교호수공원 공연현장, 사진= 김현채 기자

‘난파OB합창단’을 이끄는 정해룡 지휘자는 “합창을 통해 시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단원과 함께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인생의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휘자에게 필요한 핵심 덕목으로 ‘리더십’을 꼽으며 “관객이 즐기고 단원이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대중 친화적 레퍼토리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정해룡 지휘자는 또한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공동체 정신으로 연습실을 마련하고 ‘난파OB합창단’의 맥을 이어온 과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며 “합창은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행복해져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해룡 지휘자는 9월 20일 오후 4시 광굫수공원 마당극장에서 열린 ‘수원시민과 함께, 합창으로 여는 가을의 문’ 공연을 마치과 기자와 만나 여러 가지 질문에 답했다.

다음은 정해룡 지휘자와의 일문일답.

Q. 40년 넘게 ‘난파’와 함께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초창기 이야기는.
A. 1980년 3월 ‘난파’ 창단 테너로 입단했다. 연습실이 없어 ‘수원문화원’, 예식장, 농협, 교회, 시장 문화센터, 상인회 사무실 등을 전전했지만 단원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포스터·티켓·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진행요원까지 맡았다. 정기연주회마다 객석 통로까지 관객이 가득 찼고, 여러 기관 행사에 초대돼 축가를 부르곤 했다.

Q. ‘난파합창단’에서 ‘난파OB합창단’ 지휘자로 전환한 계기는.
A. 아마추어 합창단은 늘 재정이 부족하다. 창단 초기에는 유급 지휘자나 반주자를 모시기 어려웠다. 그래서 “봉사로 힘을 보태면 합창단의 맥을 잇겠다”는 마음으로 지휘를 맡았다. 성가대에서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Q. 오랜 기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은.
A.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늘 열린 마음으로 단원 의견을 존중했다. 음악뿐 아니라 행정과 잡무도 함께하며,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솔선수범했다. 음악과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버팀목이었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으며 정이 깊어졌다.

Q. 지휘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가치는.
A. 리더십이다. 통솔력·포용력·조율 능력이 핵심이다. 단원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Q. ‘난파OB합창단’의 운영과 연습 환경은.
A. ‘난파OB합창단’은 2016년 4월 창단했다. 2015년 50주년 기념음악회를 끝으로 후배에게 무대를 넘기고 동호회 개념으로 새 출발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단원이 줄자 2022년부터 일반인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연습실이 가장 큰 과제였는데, 구단원 지원과 자체 기금으로 같은 해 ‘팔달문시장’에 전용 연습실을 마련했다.

Q. 세대 차이는 어떻게 풀고 있나.
A. 주 연령대가 60대 중반~70대 중반이지만 세대 간 갈등이 없다. 선배는 선배답게, 후배는 후배답게 서로 양보하고 배려한다. 연배가 높은 분들에 대한 예우가 잘 지켜져 불협화음이 없다.

Q. 레퍼토리 선정 기준은.
A. 첫째 관객이 좋아할 곡, 둘째 단원이 편하게 부를 곡, 셋째 합창단 실력에 맞는 곡, 넷째 대중 친화적 곡이다. 동요·가곡·대중가요·트롯·민요 등 장르를 넓히고 율동을 곁들여 관객과 호흡한다. 최종 선곡은 임원과 단원이 협의해 정한다.

Q.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A. ‘홍난파노래비’에서 여는 정기 음악회가 가장 인상 깊다. ‘제2회 노래비음악회’에서는 발전기가 3~4차례 멈춰 무반주로 노래했는데, 관객이 박수로 박자를 맞춰줘 큰 감동을 받았다. 올해 열린 ‘제5회 팔달산 홍난파노래비음악회’는 비 예보를 믿고 강행했지만 결국 비가 그치지 않아 전면 연기된 것이 아쉬웠다.

Q. 합창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 경제·정치적으로 모두 어려운 시기다. 단원에게는 위로와 보람의 장이 되고, 시민에게는 잠시라도 시름을 잊는 행복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Q. 세월 속 변화와 배움이 있었다면.
A. 1965년 창단부터 함께한 선배들이 아직도 있다. 과거에는 의견 충돌이 잦았지만 공연이 가까워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모았다. 지금은 연로하신 선배들이 젊은 단원과 조화를 이루며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큰 변화다.

Q. 개인의 인생관에 합창이 미친 영향은.
A. 1974년 ‘수원 고등동성당’ 청년 성가대로 시작해 ‘상뚜스성가대’를 만들고, 2007년부터 지휘를 맡았다. 원래 내성적이었지만 합창을 하며 성격이 바뀌고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맡게 됐다. 합창은 내게 주어진 달란트다.

Q.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전공이 전부가 아니다. 열정과 도전이 더 중요하다. “안 돼”, “~때문에”라는 말을 버리고 직접 부딪치며 배우면 자신감이 생긴다. 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 할지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매진하길 바란다.

Q. 지역사회와 미래 비전에 대한 생각은.
A. ‘난파합창단’은 오랜 세월 수원 시민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OB합창단’은 눈에 띄는 활동이 쉽지 않지만 꾸준히 기쁨과 사랑을 전하고자 한다. 요즘 합창은 시민 속으로 더 가까워지고 있다. 악보 암기 부담을 낮추고 장르를 확장해 참여 문턱을 낮췄다. 무대 설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 부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합창단으로 발전시키겠다.

Q. 지휘자로서 가장 감사했던 순간은.
A. 단독 연주회에서는 10~15곡을 무대에 올린다. 처음 합창을 접한 분이나 연세가 높은 분들도 끊임없이 연습해 음과 가사를 90% 이상 완성해 무대에 선다. 그 순간마다 단원의 대단함을 느끼며 깊은 감사와 보람을 느낀다.

Q. 마지막으로 단원·후배들에게 한마디.
A. “Time and tide wait for no man.”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음에 하자’는 약속은 이미 늦은 약속이다. 부족하더라도 지금 당장 부딪치며 함께하길 바란다. 목표 있는 삶을 살아갈 때 합창도, 인생도 더 빛난다.


[공연 영상 중개]

프로그램 사회/정미향

1| 난파OB합창단

2| 특별출연

시에스타- 피아노3중주(피아노 성정화, 바이올린 김은정, 첼로 김다정)

파랑새합창단(지휘 정해룡, 반주 강은제)

이화 우리춤 무용단(지도 김현옥 / 남순희 외 8명)

3| 난파OB합창단

문의 : 010-8776-4345 / 010-7339-2266

김현채 기자
김현채 기자http://blog.naver.com/pwrsave
고양상공회의소 2~3대 부회장 신고양라이온스 FY2004~5회장 국제라이온스 354-H지구FY2004~6 정보테크놀로지위원장 화정2동 2012~5 주민자치위원장 꽃우물신문 창간호~5호 발행인겸 편집장 화정동 2016상가연합회장 주민자치중앙회 2016 경기도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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