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선사유적지 전경. 중심 건물인 전곡선사박물관은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평화로 443번길2(전곡리 176-1)에 위치함. 사진=전곡선사박물관 리플렛 캡쳐

연천 전곡리 유적은 한탄강변에 위치한 구석기시대 유적이다. 이곳 유적에서 발견된 아슐리안형 석기는 ‘동아시아는 찍개문화권’이라는 모비우스 교수의 학설을 결정적으로 반박하는 증거가 되었다. 1979년부터 발굴조사 되었으며, 그해 10월 2일 유적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약 80만㎡(24만여 평)가 국가 사적 제268호로 지정되었다.

연천 전곡리 유적은 주한미군 병사 그렉 보웬(미국 인디애나대학 고고학 전공자)이 1978년 3월 한탄강 유원지를 여행하다 우연히 석기로 보이는 유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석기의 사진과 발견 경위를 자세히 적어 세계적인 선사고고학 전문가였던 프랑스의 프랑스와 보르드 교수에게 보냈고, 이를 본 보르드 교수는 “직접 가보고 싶을 정도로 중요한 발견이지만 그럴 수 없으니 서울대학교 김원용 교수를 찾아가십시오”라고 권유했다. 그렉 보웬이 가져온 석기를 살펴본 故 김원용 교수를 중심으로 조사단이 구성되어 1978년 5월 14일 전곡리 일대에 대한 최초의 지표조사가 실시되었고, 영남대학교 정영화 교수에 의해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로 학계에 보고되어 전곡리 유적이 세상에 알려졌다.

1979년 3월 26일 1차 발굴조사 이후 2022년까지 전곡리 일대에서 총 20여 차례에 걸쳐 조사가 이루어졌다. 근 50여 년에 걸친 발굴조사 결과 대략 8,500여 점의 구석기시대 유물들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 전곡리 유적은 한탄강이 현무암대지 위에 퇴적층을 쌓는 동안 단속적으로 출현한 고인류가 사냥과 채집생활을 하면서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곡리 유적의 석기들은 인근에서 채집한 강자갈로 제작되었으며, 주먹도끼를 비록한 다양한 찍개, 가로날도끼와 같은 대형 석기들과 부수적으로 민들어진 긁개와 소형 박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곡리 발견 주먹도끼의 의미

전곡리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발견으로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구석기 문화연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타원형 또는 삼각형 모양으로 양쪽면을 모두 고르게 손질가공하여 석기의 옆면이 마치 두 손바닥을 모은 모습을 한 것이 특징적이다. 프랑스의 생따슐(St.Acheul)지방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전기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석기공작이다.

1978년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처음 발견되기 전까지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선사고고학자였던 모비우스 교수(H. Movius)는 인도를 기점으로 동아시아에는 양면가공을 하여 잘 만든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없고 단순한 형태의 찍개 같은 것만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라시아 대륙의 끝자락인 한반도 전곡리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들이 발굴되면서 고인류 진화에 다양한 발전 양상이 있음이 알려지게 되었고 동아시아에서도 구석기 공작에 대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를 불러일으키게 됐다.

전곡리의 유적 발굴은 한반도 내에서는 빈약했던 전기구석기시대의 석기공작 연구에 풍부하고도 획기적인 자료가 되었을 뿐 아니라 중부홍적세 동안 고인류의 생활 양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했다.

전곡선사박물관

“인류의 위대한 행진” 인류의 진화과정을 주제로 한 복원 조형물. 사진=우성윤.
전시물. 사진=우성윤

전곡리 유적의 영구적인 보존과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2011년 4월 25일 개관했다. 원시 생명체의 아름다운 곡선을 모티브로 건축된 전곡선사박물관은 원시성과 현대성이 공존하는 최첨단 유적 박물관이다. “인류의 위대한 행진”을 주제로 한 상설전시관에는 인류의 진화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복원 조형물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평화로 443번길2(전곡리 176-1)에 있고, 월요일은 휴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고 관람료는 무료다. 전화는 031-830-5600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는 전철1호선 동두천역 하차 후 버스(39, 39-2, 53-5, 53-6) 이용하여 KT전곡지점에서 내려 20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한다.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

2024년 5월 개최 예정 연천군청 포스터 캡쳐.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 전후로 개최되는 연천 전곡리 축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석기 문화축제로 매년 수많은 관람객이 방문하는 대한민국 대표 선사문화축제이다. 세계적인 선사유적과 박물관들에서 직접 참여하여 전문가 시연과 전시행사를 선보이는 선사체험 국제 교류전을 비롯하여 다양한 선사시대 체험프로그램, 원시 퍼포먼스, 공연 행사 등이 축제 기간 중 다채롭게 펼쳐진다.

넓은 초지의 조형물. 사진=우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