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 우리 곁에 돌아온 추억의 ‘교외선’

1963년 서울교외선 개통식 사진.

현재의 ‘교외선’은 서울 서북쪽 고양시 능곡역과 동북쪽 의정부시 의정부역을 연결하는 31.8km의 철도다. ‘교외선’이라는 이름은 서울의 교외 지역을 운행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교외선’은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4년에 경의선 쪽에서 오는 화물을 서울 시내까지 들이지 않고 외곽으로 우회해 중앙선 쪽으로 보낼 목적으로 계획되어 착공했으나,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1961년 능곡역~가릉역 구간 개통 당시에는 능곡과 의정부를 잇는다 하여 ‘능의선(陵議線)’이라고 했으며, 1963년 의정부역까지 전 구간이 개통되면서 ‘서울교외선’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교외선’이라는 이름으로 축약된 것은 2008년 경이다.

‘서울교외선’이라는 이름으로 여객 영업이 활성화됐던 시기에는 주로 북한산 북단의 벽제, 일영, 송추 등지의 유원지를 가기 위해 이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이 많았다. 그러나 대체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철도 주변 인구가 줄면서 승객이 감소했고, 결국 2004년에 운행이 중단됐다.

서울교외선의 운행 목적은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일제가 계획할 당시 목적이었던 화물 우회는 남북 분단으로 필요성이 사라졌고, 대신 연선 주민들의 통근 수요와 장흥, 송추 등 일대 관광지의 접근성 확대 등 여객 철도의 기능이 주가 됐다.

또한 군사 화물 수요를 해결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교외선 연선에 군부대가 많이 있어 각 역에 인근 군부대로 들어가는 전용 지선을 설치했고, 노반의 축중(軸重)도 당시 운행 중인 일반 철도에 비해 훨씬 중량화된 하중으로 건설했다. 이는 당시 주한미군에서 활용하는 자주포, 전차를 수송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개통 초창기 여객열차 운행 계통은 서울역 – 능곡역 – 의정부역 – 성북역 – 왕십리역 – 서울역 순의 서회선(西廻線)과 서울역 – 왕십리역 – 성북역 – 의정부역 – 능곡역 – 서울역 순의 동회선(東廻線)으로 운행했다. 총 82.9km 거리를 2시간 10분에 걸쳐 순환했으며, 전성기에는 상·하행 7왕복까지 운행했다.

그러나 1978년 말, 경원선 용산역~성북역 구간이 전철화되고 수도권 전철이 운행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구간이 단절됐다. 이후 1986년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의정부까지 연장되자 ‘서울-능곡-의정부’로 다시 단축됐다.

교외선 정차역 노선도.

교외선 운행 재개 정차역

현재 교외선 운행 정차역은 대곡, 원릉, 일영, 장흥, 송추, 의정부로, 기존 11개 역 중 6개 역에만 정차한다. 교외선 기점인 능곡역은 수도권 전철 서해선 건설로 저상홈이 모두 고상홈으로 변경되면서 정차할 수 없게 되었고, 대정역, 삼릉역, 온릉역은 역 주변에 뚜렷한 수요처가 없어 제외됐다.

그러나 벽제역 주변에는 신원지구와 관산동, 고양동 등 주택지가 많고, 국군고양병원, 제1군단 등 군인 수요와 서울시립승화원, 용미리 공동묘지 등 성묘객 수요가 예상된다. 이에 고양시는 벽제역 정차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2024년 말 타당성 검토 용역을 위한 예산이 시 의회를 통과했다.

또한 의정부시도 관내 정차역이 의정부역 하나뿐이라는 점에서 경민대학교 인근에 추가 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교외선 운행 차량은 디젤무궁화(디젤기관차 + 객차(2량) + 발전차 + 디젤기관차)로 구성되며, 편도 50분이 소요된다. 재개통 초기에는 출퇴근 시간대에 8회 운행했으나, 철도 안정화 이후 4월부터는 하루 20회로 증편됐다. 표정속도는 36.4km/h로 느리며, 이는 사업비를 아끼기 위해 직선화나 전철화를 하지 않고 기존 선형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로는 새로 깔렸고, 역사도 전면 리모델링되어 시설은 단선 비 전철 노선 중 가장 우수하다.

21년 만에 열차가 다시 정차하게 된 원릉역, 일영역, 장흥역, 송추역은 역사를 신축하고 전광판이 설치된 고객 대기실을 마련하는 등 최신식으로 리모델링됐다. 특히 일영역은 방탄소년단 ‘봄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국내외 A.R.M.Y들의 성지순례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영역은 다른 역들보다 규모가 크고 멋지게 지어졌으며, 역사 내에 ‘교외선 박물관’이 설치돼 통일호가 운행되던 시절의 시설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코레일 사진 캡쳐. 파란색은 휴일 시간표다. 열차가 교행하는 일영역에서는 10분 정차한다.
객실내 모습. 사진=우성윤
선로 주변 모습. 사진=우성윤
건널목 교차로 신호대. 사진=우성윤
주인 찾아온 셀카봉. 사진=대곡역 역무원

우리나라 좋은 나라/ 취재 후 뒷 이야기

셀카봉은 본 기자의 필수 휴대품이다. 그런데 본 기사 취재 3일이 지나 분실한 것을 발견하고 차량객실에 흘린게 아닌가 생각되어 대곡역 역무실에 전화를 했더니 분실물로 접수되어 있어 찾았다.참 좋은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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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윤 기자
우성윤 기자
현재 고양시니어신문 기자, 숲해설가와 문화해설가(궁궐해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은행에서 30년 근무 했고, 전쟁기념관 도슨트, 성남문화해설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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